교회에 맨날 지각하는 사람은 영적으로 어린 사람인가요?

예전에 미국에서 시골에 있는 작은 교회를 다닌 적이 있었는데 시작 시각보다 5분 정도 늦게 도착했더니 문을 닫고 들어가지 못하게 막고 있었습니다. 안에서 예배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중간에 틈이 나서 들어갈 수 있게 되니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면서 “아, 다음부터 늦으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거나 눈치를 주지 않았지만 지각해서 스스로 당하는 부끄러움 때문이었습니다.

함께 만나는 장소에 약속된 시간에 맞춰 나오는 것은 오직 기독교만이 요구하는 미덕이 아닙니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 간에 지켜야 하는 공중도덕에 해당하는 덕목입니다. 그래서 꼭 교회가 아니더라도 약속된 만남에 늦는 경우 “미안합니다”라는 사과를 하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늦는 사람에 대해서 속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거나 겉으로 늦은 것에 대해 지적하고 다시는 늦지 말라고 질책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나의 시간만큼 다른 사람의 시간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배후에 깔렸습니다. 주님이 가르쳐주신 황금률과도 잘 어울립니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 7:12)

교회에 어떤 성도가 습관적으로 늦게 온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더 나아가 습관적으로 예배 중간에 참석한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그 사람은 영적으로 어린 사람일까요?

1. 원인은 여러가지일 수 있습니다.

먼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현상을 본질로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지 약속된 시간보다 늦게 왔다는 사실 하나로 그 사람의 본심을 모두 파악할 수 없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늦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교회의 리더들에 대한 실망이나 자기 자신의 죄로 인한 낙심, 다른 성도와의 갈등에 따른 회피, 전날의 과로나 방종, 게으름, 절제되지 못한 삶, 교통체증, 사고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재채기한다고 해서 무조건 감기인 것은 아닙니다. 재채기는 감기의 수많은 증상 중 하나입니다. 증상을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단 하나의 증상을 본질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됩니다. 바리새인은 예수님의 수많은 섬김과 가르침을 보고 들었지만, 그분이 안식일의 전통을 어겼다는 이유 하나로 화를 내며 죄인 취급하였습니다(눅 13:14; 요 7:24). 이 얼마나 잘못된 판단입니까?

외모로 판단하지 말고 공의롭게 판단하라(요 7:24)

그러므로 습관적으로 교회를 늦게 출석하는 것만으로 영적 상태를 측정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합니다. 늦은 시간 퇴근하여 식사도 하지 못하고 교회에 늦게라도 참석하고 싶어 나온 사람을 영적으로 어리다고 잘못 판단할 수 있습니다. 절대로 보이는 현상 하나로 성도의 영적 상태를 판단하고 지적하려는 자세는 지양해야 합니다!

2. 원인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가 없이 습관적으로 교회에 늦게 오는 것에도 반드시 이유는 있습니다. 증상 하나로 섣불리 원인을 판단해서는 안 되지만, 원인이 전혀 없는 증상은 없습니다. 교회에 습관적으로 늦는 사람도 해외에 나갈 때는 공항에 몇 시간 전에 도착하려고 애쓸 것입니다. 영화를 보러 갈 때도 상영시간보다 늦게 극장에 도착하지 않을 것입니다. 매일 출근하는 회사에 습관적으로 늦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공항에 늦어 혹시라도 비행기를 놓치면 경제적으로 시간상으로 손해가 이만저만한 게 아닙니다. 예약된 영화를 놓칠 때 손해도 적지 않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제대로 보려면, 좋은 자리에서 보려면(예약하지 않았을 땐) 당연히 일찍 가야 합니다. 싼 가격에 보기 위해 새벽부터 나서기도 합니다. 회사에 습관적으로 늦으면 불성실한 사원으로 찍힙니다. 그에 합당한 처분을 받기도 하고 처벌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유익을 더 얻기 위해 불필요한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시간에 맞춰서 가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제대로 받습니다. 그래서 늦지 않습니다.

교회는 습관적으로 늦게 와도 손해 볼 것이 없습니다. 벌금을 내지 않습니다. 처분을 받지 않습니다(늦게 온다고 정문을 잠그거나 징계를 받지 않습니다). 앞부분에 놓친 찬송시간이 그렇게 아쉽지 않습니다. 일찍 왔으면 나눌 수 있는 성도와의 교제도 없어도 그만입니다. 예배 중간에 참석해도 어쨌든 참석한 거 아닌가요? 말씀까지 다 듣고 애찬을 먹었으니 주일에 크리스천으로서 해야 할 의무는 다한 것 아닙니까?

하나님께 마음이 없었지만 형식적으로는 제사를 철저히 드렸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선지자 미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은 오직 정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하게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미 6:8)

하나님은 마음의 진실함을 보신다는 것입니다. 천천의 양과 수만의 기름을 드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겸손하게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예수님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마 15:8)

저는 아내와 데이트할 때 먼저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다가 놀라게 해 주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아내가 시간에 맞춰 와야 한다고 강조하거나 늦었을 때 질책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고 먼저 와서 기다리면서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약속 시각을 지킨다는 것, 그 시간보다 먼저 와서 준비한다는 것은 함께 하는 사람에 대한 마음을 반영합니다.

그래서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교회를 늦는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이유는 마음의 문제입니다. 하나님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점검해봐야 합니다. 주일 아침 성도와 함께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아버지 하나님을 나를 위해 자기 몸을 버리신 그리스도 예수를 기억하며 예배하는 것, 그것이 지금 나에게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롬 14:8)

3. 복음이 해결책입니다

하나님을 형식적으로 예배하고 마음은 멀리 떠났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면 참 이해가 안 됩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얼마나 그들을 조건 없이 사랑하시고 풍성한 인자와 자비로 용서하셨는지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도 빨리 그 하나님을 떠나 다른 신을 따릅니다. 그런데 그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합니다. 하나님 보다 다른 것을 대하는 마음 자세가 훨씬 훌륭합니다.

복음은 마치 과거에 교회 입문할 때 필요한 이야기였던 것처럼 과거 일로 잊어버리고 매 주일 아침 주의 죽으심을 기념하면서도 주님에 대한 감사와 찬양이 입가에만 맴도는 삶을 쉽게도 살아가는 우리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복음입니다. 

팀 켈러는 이렇게 말합니다.

복음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초급과정이 아니라 시작부터 완성까지 관통하는 것이다. 복음은 비신자에게 필요한 것이고 신자들은 복음 이상의 성경 원칙을 따라 살아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은 부정확한 견해이다. 복음을 믿음으로써 구원을 얻고, 살아가는 동안 복음을 점점 더 깊이 믿음으로써 우리의 마음과 감정과 인생의 모든 국면이 변화된다는 것이 더 정확한 견해이다(롬 12:1-2; 빌 1:6; 3:13-14).” – 팀 켈러, “센터처치”, 98p

습관적으로 늦는 사람을 교회에서 징계할 수 있습니다. 매 주일 광고하여 늦지 않도록 협박(?)할 수도 있습니다. 일찍 오는 사람에게 상품을 나눠주는 방식도 효과를 볼 것입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이 마음에 있으므로 그 효과는 오래 가지 않고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마음의 문제는 마음을 새롭게 하는 하나님의 말씀이 특효약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가 얼마나 하나님 앞에 죄인인지 그리고 그 죄인을 하나님께서 얼마나 말도 안 되게 사랑하셨는지 분명히 말해줍니다.

단순히 게을러서 자주 늦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복음이 필요합니다. 그 게으름을 이겨낼 수 있는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이 커지게 해달라고 기도하십시오. 교회에 대한 불만이나 자신에 대한 낙심 때문이라면 복음이 담고 있는 사랑과 용서로 채워질 수 있게 해달라고 구하십시오. 성도와의 갈등 때문이라면 그리스도가 성령으로 하나 되게 하신 놀라운 복음을 되새겨 보십시오. 교회는 다른 사교모임처럼 구성원을 보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나를 거룩한 교회로 삼아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감복하여 나처럼 부족한 다른 지체들과 함께 그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 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달라고 구하십시오. 

이른 새벽 아버지를 만나 아버지 하나님과 함께 그리스도께서 누리신 영원한 친밀감을 우리 안에 부어달라고 간절히 구하십시오. 언제나 죄인인 우리를 먼저 와서 만나주시고 우리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단번에 사랑으로 해결해주신 그리스도를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사랑하게 해달라고 구하십시오. 

단지 교회에 늦지 않게 도착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를 너무나 사랑하여 그분을 기념하는 예배를 미리 와서 준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하나님 마음에 합한 예배자가 되게 해달라고 구하십시오.

아버지께 참되게 예배하는 자들은 영과 진리로 예배할 때가 오리니 곧 이 때라 아버지께서는 자기에게 이렇게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시느니라(요 4:23)

결론적으로 

늦는 성도를 쉽게 판단하지 마십시오.

당신이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늦는다면 자신의 마음 중심을 진지하게 살펴보십시오.

마지막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더 풍성한 믿음을 가지고 마음과 감정과 인생의 모든 국면의 변화를 맛보십시오.

Grace to Korea의 자문 목회자이시며 고정 기고자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The Master’s Seminsry에서 M.Div와 Th.M(신약전공) 과정을 마친 후, 현재 유평교회의 담임 목회자이며,  Master’s University에서 성경적 카운셀링의 대학원 과정을 마친 아내 김 선미 자매와 2008년 결혼하였습니다. 저서로는 “야고보서 강해’, “정직한 크리스챤의 질문들”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