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신(1): 지적인 무신론자

This entry is part 1 of 3 in the series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 옥스퍼드 대학의 석좌교수이자 세계 최고 지성으로 뽑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과학자, 과학과 철학을 넘나드는 다수의 명저들의 저자이자 베스트 셀러 작가.

책 겉표지에 적힌 광고문구와 같이 그의 책은 계속해서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신의 존재를 의심하라, 인간의 능력에 주목하라!

“이기적인 유전자”와 “눈 먼 시계공”에 이어 이 책 “만들어진 신”에서 도킨스는 계속해서 자신이 해왔던 주장대로 종교는 비합리적이며 사회에 악을 끼치는 존재라고 말하고 있다. 한 마디로 그는 “신은 없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그는 책 서두에 이런 말을 하였다.

균형이 잡힌, 행복하고 도덕적이고 지적인 무신론자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일깨우고자 하는 첫 번째 사실이다.

최근 Grace to Korea 블로그에 올라오는 “무신론자” 시리즈에 관심이 집중되는 현상에 적잖이 놀랐다. 그동안 올라온 글들에 대부분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생각이나 견해를 알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지만, 무신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관심과 반응을 보인 경우는 처음이다.

성경이 아주 오래된 문서이며 당시 문화에 귀속된 미신에 불과하다는 사람도 있고,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성경은 종교적인 내용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은 유신론 자체에 불만인 사람도 있다. 신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지적 저능아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말하든 그들이 말하는 내용은 결국 도킨스의 결론을 향해 나아간다.

신이 없어도, 균형 잡힌, 행복하고 도덕적이고 지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

도킨스의 책 은 이번 Grace to Korea “무신론자”글에 반박한 사람들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도킨스는 책의 절반(10챕터 중 5챕터)을 성경이 거짓이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300페이지가 넘는 논증을 펼쳐냈다.

이 절반의 방대한 논증이 결과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은 합리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런 하나님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도킨스가 성경을 왜곡하여 이해하거나 오해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성경을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하는지 잘 아는 성경학자가 아니기 때문이며, 궁극적으로는 말씀에 드러난 하나님을 깨닫게 해주시는 성령님을 전면 부인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치 일부 성경학자들이 진화론에 반박하며 “동물원 원숭이는 그럼 언제 사람이 되냐?”고 현대 진화론을 전혀 알지 못하면서 비난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것처럼, 성경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성경이 말하는 한 단어, 표현, 구절을 읽거나,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듣고 “하나님이 이렇게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이지 않냐?”라고 물을 때, 성경학자로서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의문이 들때가 있다. 나는 때론 “성경을 다 읽어 보았냐?”고 묻고 싶다.

이런 면에서 도킨스는 조금 나은 편이다. 그는 나름대로 분명한 연구와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며 접근하려는 사려 깊은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낭설을 가지고 신을 부인하거나 성경을 반박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킨스가 가지고 있는 성경 읽기 능력은 엄청난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성경에서 말하는 하나님이 죄에 대한 분명한 공의를 보이시면서 동시에 약속하신 언약에 신실하여 오래 참고 노하기를 더디하셨다는 성경 전체의 흐름을 읽지 못한다.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하나님이셔서 아들을 이 땅에 보내시고 대신 죽게 하신 분이시지만, 동시에 아들에게 입 맞추지 아니한 모든 자들을 멸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수천년동안 하나님께서 그의 택하신 백성들에게 말씀으로 보여주신 하나님의 속성과 하나님의 진리가 담겨있는 성경은 도킨스가 가진 제한적이고 선별적인 성경읽기방식으로는 절대 바르게 이해될 수 없다.

그가 이해한 구약성경의 하나님은 이렇다.

시기하고 거만한 존재, 좀스럽고 불공평하고 용납을 모르는 지배욕을 지닌 존재, 복수심에 불타고 피에 굶주린 인종 청소자, 여성을 혐오하고 동성애를 증오하고 인종을 차별하고 유아를 살해하고 대량 학살을 자행하고 자식을 죽이고 전염병을 퍼뜨리고 과대망상증에 가학피학성 변태성욕에 뼌덕스럽고 심술궂은 난폭자(50p)

구약성경이 그려낸 하나님이 진정 도킨스가 묘사한 모습인가? 성경학자로서 도킨스의 결론은 비약적이고 제한적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어떤 대상을 이해하려면 그의 전체적인 모습을 알아야 한다. 도킨스는 성경에 드러난 하나님의 단적인 특징을 잡아 성경 전체가 그려내는 하나님을 왜곡해서 이해하고 있다. 그것은 엄청난 제약이다.

마치 평생토록 나를 사랑해서 자신의 모든 삶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어머님이 나를 훈계하시기 위해 매를 들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그것을 보고 나의 어머니를 무정하고 무자비하며 폭력을 사랑하고 가학적인 여자라고 취급하는 격이다.

때문에, 도킨스가 성경에 드러난 하나님이 비도덕적이며 비합리적이라고 결론 내린 부분은 신뢰성이 부족하다. 그는 성경에 나타난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이 느낀 하나님의 단편적인 부분을 말할 뿐이다. 무신론자들이 성경을 공격하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논쟁에 있어서 성경학자들도 무신론자들의 이론에 반박하려면 같은 부분에 주의해야 한다). 성경을 한 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지 않은 사람, 읽었어도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지 못하고 겉핥기로 읽어본 사람,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해보지 않은 사람, 그들은 자신들의 한계점을 인정하는 수준에서 논리를 펴야 한다. 특히 신이 없다고 주장하는 지성세계의 꼭대기에 앉아 있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펼치는 논리들은 자신의 교만과 무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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